자연에 대해 배우고 경험하는 활동
생태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즐겨야
지역 특산품 구매로 보전비 부담도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
많은 사람은 생태와 경관이 우수한 곳을 둘러보는 것이 생태관광이라고 믿는다. 생태관광지에서 경관을 감상한 후 먹거리나 그 밖의 레저로 나아간다. 물론 멋진 경관은 생태관광 메뉴에 속한다. 현지 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생태관광의 요소다. 하지만 관광이 여기에서 그친다면 생태관광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자연환경보전법은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서 자연자산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으로 정의하고, 생태관광 지역과 생태관광 마을을 지정할 뿐 ‘현명한 이용’을 구체화하는 생태계 서비스와 생태관광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해양생태계법이나 관광진흥법도 그렇다.
‘생태계 서비스’란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들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말한다. 식량·연료·생물자원, 그리고 물과 같은 혜택은 생태계 서비스 중 공급 서비스다. 식물이 탄소동화작용 등을 통해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가뭄이나 홍수를 완화시키며 꽃가루를 수정하는 등의 혜택은 조절 서비스다. 토양과 서식지의 유지, 생물다양성·먹이사슬 유지, 지하수·영양물질 순환과 같은 혜택은 지지 서비스다. 공급·조절·지지 서비스를 기반으로 인류가 자연 속에서 미관과 영성을 통해 누리는 각종 교육·체험·휴양·치유·레저 등의 혜택은 문화 서비스다. 이렇게 본다면 경관과 먹거리만을 누리는 관광은 생태계 서비스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생태관광이 다른 관광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생태계 서비스를 골고루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태계 서비스 안내자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가져야 한다.
생태관광객은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생태계 서비스를 이해하고 즐겨야 한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적은 인원이 조용히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생태관광은 대중관광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생태관광 사업자들은 돈을 벌기가 어렵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가 필요하다. 관광객이 생태계 서비스 공급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자는 것이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서비스 공급자에게 보상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생태계 서비스 보상제라고도 한다. 정부가 강제로 거두는 물이용부담금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에 해당하지만 생태관광용 생태계 서비스 보상제는 아니다. 생태관광 사업자와 생태계 서비스 공급자 그리고 관광객이 자발적 계약에 따라 생태계 서비스 보상제를 실시해야 한다. 생태관광지 특산품을 구매하는 것도 보상이다. 보상계약은 사업자와 서비스 공급자가 개별적으로 체결할 수 있으나 공익법인이 참여해 생태계 서비스 거래 기준에 따라 사업자와 관광객, 공급자를 중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
[출처: 중앙일보] [리셋 코리아] 제대로 된 관광은 보고 먹는 데서 나아가 느끼고 배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