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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9.08 00:57 | 조회수 | 541 |
300년 전 조선시대 백성들의 구휼을 위해 만든 간척지를 생태자원으로 보존하기 위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본격화된다.
경기도 시흥시는 23일 "조선 최초의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호조벌'을 생태 자원으로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에코증권 릴레이 기부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호조벌 생태자원화 사업을 담당하는 시 녹색레저산업과를 시작으로 시민소통담당관실 등 부서별로 공무원들이 기부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에코증권 릴레이 기부운동'은 시흥시 공무원은 물론 사회단체, 기업, 주민들이 소액기부운동을 통해 호조벌을 생태자원으로 보존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호조벌은 물왕저수지에서 안현동에 걸쳐 조성된 495㎡(약 150만평) 규모의 논으로, 1721년 조선 경종 때 굶주린 백성을 위해 방죽을 축조해 만들었다. 시흥시는 호조벌이 역사적, 생태환경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다고 판단, 환경부 특수법인인 '자연환경국민신탁'과 '생명의 땅 호조벌 지속가능발전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1월 19일부터 '시흥 에코증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우정욱 시 시민소통담당관은 "호조벌을 시작으로, 염전, 국가공단이 모두 간척으로 만들어진 땅"이라며 "호조벌은 이런 역사적 가치와 생태환경적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지역이 도시화되고 농지 매립, 비닐하우스 조성 등에 따른 경관훼손도 가속화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높아지는 개발압력과 현행법 등을 고려할 때 호조벌을 보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 시민들의 참여로 생태자원으로 보존하기 위해 에코증권을 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흥 에코증권은 5000원부터 10만원까지 발행하며 자연환경국민신탁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증권을 구매하거나 '시흥시 1% 복지재단'을 통해 지정기탁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시와 자연환경국민신탁은 한 해 24억원을 목표로 시민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호조벌지속발전시민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난 20일 시 글로벌센터에서 '생명의 땅 호조벌 정책토론회'를 갖는 등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호조벌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토지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개발제한 규제로 수십년간 농사만 지어왔는데 시가 또 다른 규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혜옥 시 수변생태팀장은 "억지로 재산권을 묶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지만 호조벌 생태자원화 사업은 자연자원을 보존하는 동시에 농가소득을 확보하자는 취지"라며 "서천이나 순천처럼 생태도시 모델로 만들어 농가소득을 증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호조벌에서 논농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한 해 29억원에 불과하다. 조 팀장은 "일본의 6차산업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친환경농법 도입 시 지원 등을 통해 농가소득을 높일 방안을 시민추진단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호조벌지속발전시민추진단장(매화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시의 추진방향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해 반대하는 농민들도 일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며 "시가 적극적인 홍보와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2017.02.24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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